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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인사를 건네는 소설가, 이도우 (문예창작학과 88) 동문을 만나다.

관리자 2020-09-24 조회 4942

특유의 따듯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독자들에게 위로를 주는 이도우 작가(문예창작학과 88)가 있다.

따뜻한 설렘을 전하는 작가인 이도우 동문을 만나보자.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잠옷을 입으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쓴 이도우입니다.




Part 1. 문예창작학과 학생 이도우



Q1.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셨는데, 재학하던 시절에 작가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또 어떠한 공부와 경험들이 소설가가 되기까지 도움이 되었나요?


‘나는 어떤 학생이었을까…’ 생각해보니 저 스스로 뚜렷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동기나 친구들은 저를 대부분 ‘잔디밭에서 장구 치던 학생’으로 기억하더군요. (웃음) 풍물 동아리에 푹 빠져서 1, 2학년 때는 악기를 배우고 풍물 전수를 다니곤 했습니다. 주기적으로 어딘가에 빠지는 학생이었는데, 3학년 때부터 새삼 전공과목에 꽂혀서 꽤 열심히 공부하고 소설을 습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소설 자체를 공부했던 시간뿐 아니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다른 경험에 몰두했던 시간들도 작품을 쓰는 데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아요.



Q2. 언제부터 그리고 어떤 것을 계기로소설가라는 꿈을 꾸게 되셨나요?


‘이야기를 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은 어릴 때부터 갖고 있었어요. 늘 책이 좋았습니다. 아홉 살 때 첫 동화를 썼던 기억이 있는데 제목이 <귀염둥이 렌>이었어요. 책받침에 그려진 삽화를 보고 떠오른 줄거리를 서툴게 원고지에 옮겨보았는데, 바람이 부는 날 파란 원피스를 입은 어린 소녀가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걸어가려고 애쓰는 그림이었죠. 그때부터 동화작가,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3.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어려움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당연히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웃음) 문창과 재학 시절 ‘어서 전업 소설가가 되어 취업하지 않고 내 공간에서 작업만 하며 살고 싶다’고 꿈꾸었지만, 역시 바람대로 쉽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4학년 때 휴학을 하고 캠퍼스 근처 마을에서 자취하며 첫 장편소설을 썼는데, 공모전에서 떨어지고 취업을 했어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라디오 구성작가, 출판사 계약직 등으로 여러 일을 10년 이상 하다가 다시 소설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Part2. 소설가 이도우



Q1. 올해 3월 작가님이 새로이 집필하신 책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가 출판되었는데요.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오랫동안 꾸준히 기록했던 일상과 생각을 한 권의 산문집으로 묶었습니다. 그동안 써 온 소설들에 관한 작업 노트 같은 면도 있고요. 낮보다는 밤의 시간대를 좋아하는 야행성 체질이라 밤이 되면 생각이 더 많아지는데, 그렇게 고요한 시간에 가까운 사람들과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라는 느낌으로 쓴 글입니다. 짧지만 여운을 남기는 아홉 편의 나뭇잎소설도 실었는데 독자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Q2.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의 은섭의 책방 이름도 ‘굿나잇책방’이었고, 이번 신작 또한  ‘잠에 들기 전 굿나잇 인사를 하는 듯한 마음으로 써내려갔다’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작가님에게 ‘밤’과 ‘밤인사’가 가지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작가님이 이 단어들에 포용하시는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낮에 누군가와 다퉜거나 안 좋은 일이 있었더라도 그날 밤을 넘기지 말고 화해하고 털어버리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물론 도저히 그렇게는 안 되는 사연 깊은 일들이 인생에는 훨씬 많지만요. 격언이나 속담은 은유이니까, 말하자면 그렇게 서글픈 일일수록 매듭을 잘 짓고 오래 끌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저도 오래 불면증이 있었고 기억의 호더증후군이라 할 만큼 크고 작은 아픔, 기쁨, 수많은 기억을 잘 잊지 못하는 타입인데, 그럴수록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이면 좋아하는 이들에게 ‘굿나잇’ 하고 인사하면서 서로를 다독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적어도 밤인사를 건네는 순간만큼은 평화로웠으면 좋겠어요.



Q3. 오디오북으로도 작품 활동을 하셨는데, 오디오북에 관심이 생긴 이유가 있나요?


오디오북을 녹음하자는 제의가 왔을 때 선뜻 응한 것은 이제 시대가 ‘책의 다양한 모습’을 원하고 있다는 자각 때문이었어요. 활자화된 텍스트를 종이책으로 읽어오던 사람들이 어느새 컴퓨터와 휴대기기로 전자책을 보기 시작했고,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길 원하는 이들은 일상생활을 하며 청각으로 듣는 오디오북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 여러 가지 버전들은 같은 책이면서 동시에 다른 책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텍스트라도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이 조금씩 다른 감상을 주는데, 다양한 유형의 독서 경험을 하는 것도 매력적이니까요. 특히 오디오북은 심야 라디오 같은 정서가 있어서 애정이 갑니다.

 


Q4. 많은 책을 쓰셨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또 가장 아끼는 글귀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애착은 모든 작품이 똑같지만, 아픈 손가락처럼 마음이 쓰이는 작품은 <잠옷을 입으렴>입니다. 사촌 자매들이 어린 시절 만나서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인데, 제 유년의 정서가 많이 녹아든 소설인 탓인지 좀 애틋해요. 수안이와 둘녕이, 두 주인공 소녀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가장 아끼는 글귀는 작품마다 있는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는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껍데기가 진짜예요.’이고요. (웃음) <잠옷을 입으렴>에서는 ‘나는 마을 어귀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는 ‘나는 사랑을 하면서 무엇인가를 얻었고 또 무엇인가를 잃었다. 잃었음을 알고 있는데, 새로 얻은 게 좋아서 무엇을 잃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 입니다.

 


Q5. 기억을 기록해두고 되새김질하며 기억의 복습을 하신다는 말씀을 보았습니다. 글을 쓸 때, 작가의 경험과 기억이 뿌리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쓰시는 글에서 기억은 어떤 식으로 글의 뿌리가 될 수 있나요?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가공되어 완전한 글이 되어 가는 지, 그 과정 또한 궁금합니다.


그건 굉장히 긴 답변이 될 듯한데, 요약하자면 산문집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에 실린 ‘그 많던 싱아의 방’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작가는 다 기억했다가 그것을 쓰는 사람. 끝까지 많은 것을 기억했다가.’라는 문장으로요. 기억은 행복한 것만 있지는 않겠지요. 슬픔도 아픔도 고통스러운 순간까지. 어지간하면 잊고 지내고 싶은 것들조차 끈을 놓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 누적되다가 결국 글이 되어 나오는 것 같아요. 다만 작가마다 그 기억을 가공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 작가들의 개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나의 기억을 소재로 하더라도, 누군가는 리얼리즘으로 보여주고 누군가는 은유를 섞고 누군가는 판타지를 입히기도 하겠지요. 소설은 현실을 바탕으로 하되, 현실에서 건져낸 소재를 각자의 작업실에서 여러 장르로 다양하게 변주해내는 작업 같습니다.

 


Q6. 주로 글을 쓰실 때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는 ‘영감은 늘 도처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만 그것을 만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나 자신의 안테나에 달린 것 같아요. 내가 컨디션이 좋고 작업에 대한 갈망이 충만해 있을 때는 산책길에 떠오른 발상이든, 좋은 책이나 영화, 음악에서 느낀 감성이든 그걸 영감으로 얻어낼 수가 있는데, 내 컨디션이 그렇지 못하면 영감이 바로 옆을 지나가도 그걸 수신할 와이파이가 안 뜨는 거죠. 그러니 막연히 어딘가에 있을 특별한 무엇을 찾아 헤맨다는 생각보다는, 나 자신을 잘 관리하고 있으면 곁을 스쳐 가는 수많은 특별함들 가운데 하나와 툭 조우할 수 있지 않을까요.

 


Q7.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글은 어떤 것인가요?


역시 산문집에 실린 ‘네 박자 리듬의 글쓰기’에서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에 관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같은 밀도의 이야기를 할 때도 가능한 한 소박하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기를. 과장하지 않고 진솔할 수 있기를. 그저 첫 마음을 잃지 않기를.’

 


Q8. 소설가의 꿈을 꾸는 많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창작을 할 때 스스로를 끊임없이 검열하되, 자기검열의 일정 선을 넘지는 마세요. 시대는 유기체이고 가치관은 변하고, 작가도 독자도 인간이라 평생 한 가지 모습과 가치관으로 살지 않지요.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이 변하지만, 그래도 변치 않는 본질 또한 늘 존재할 테고요. 자기검열이 없는 글은 위험할 때가 많고, 그렇다고 강박적으로 검열을 하면 아무것도 쓸 수가 없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결국,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검열을 심하게 하다가 지쳐서 어느 순간 검열을 버리는 행위가 위험한 것이라고… 더 보편적으로 말하자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되 여러 번 생각해보고 내게 맞는 방법은 무엇인지 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할 때 평소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일은 기본이니까 굳이 더 언급할 필요는 없겠고요.

 


Q9. 작가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요?


현재 쓰고 싶은 소설들의 목록이 있는데, 그걸 다 써내는 것이 인생 목표입니다. 책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있고, 기상 관측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식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세상에 잘 섞이지 못하는 두 남녀의 깊은 사랑 이야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Q10. '작가 이도우'가 아닌 '사람 이도우'로 새로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가님의 또 다른 꿈이 궁금합니다.


취미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딱히 재능은 없지만 물감 냄새도 좋고 사부작사부작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해요. 틈틈이 혼자 그림을 그리는 인생을 살짝 꿈꿔봅니다. (웃음)

 


인터뷰 / 글

중앙사랑 28기 김조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3학년)

중앙사랑 28기 서수진 (아시아문화학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