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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창극과 서양 뮤지컬의 특별한 만남, 음악창작극 「 아랑가 」

관리자 2014-10-29 조회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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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 단순한 변신은 그저 단편적인 일상에 지나지 않는다. 변신이 감동을 가져올 때, 변신은 단순한 변화에서 진화된 형태의 의미 있는 변신이 될 것이다. 이슈를 넘어 감동이 된 음악창작극 아랑가’. 3‘Asian Theatre Schools Festival’(이하 ATSF)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연기상을 휩쓴 아랑가는 동양의 창극과 서양의 뮤지컬을 융합하여 만든 새로운 장르의 음악극이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뮤지컬을 바라본 공연연상창작학부 박동우 지도교수와 연출가 김가람 동문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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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ATSF가 어떤 대회인지 짧게 설명해주세요!

- 김가람: ATSF는 탕웨이, 장쯔이 등 유명 중국 배우들의 모교로 잘 알려진 북경 중앙희극학원에서 열리는 세계 대학생 연극 축제예요. 아시아가 중심이 되어 아시아 연극에 관심 있는 전 세계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꽤 규모 있는 행사죠.

Q. ! 이렇게 큰 행사에서 수상하다니 대단한데요! 김가람 학우는 세계 무대 경험이 있었나요?

- 김가람: 이번이 처음이에요. 세계 무대인 것은 물론, ‘자국 전통극의 현대화\\'라는 주제가 정해져 있어 새로운 것을 창작해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었어요. 운 좋게도 주제가 아주 낯설지는 않았어요. 작년 2학기에 박동우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옛 설화를 어떻게 현대화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중, 뜻이 맞아 대회에 출전하게 됐죠. 하지만 전통이라는 게 잘 알 것 같으면서도 막상 표현하자니 꽤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창극이라는 것도 사실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요. 자국민도 잘 모르는 창극을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막막한 게 당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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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낯설지만 어색하지 않은 새로움을 창조했다는 호평을 듣고 있죠! 저도 이 연극을 봤는데요, 극 전반에 피아노 연주곡이 삽입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동양의 창극과 서양의 뮤지컬이라, 물과 기름처럼 둘이 한 프레임 속에 있다는 걸 상상해본 적도 없거든요(하하)

- 김가람: 극 전반에 삽입된 피아노곡은 음악감독인 이한밀 학우가 모두 작곡했어요. 이 곡들의 극의 분위기 전반을 좌지우지할 만큼 큰 영향을 미쳤죠. , 서양에서 흔히 사용하는 내레이션과 같이 창극에서는 장면 사이사이에 판소리로 해설(도창)을 넣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데, 연기를 전공하는 학생 중에 판소리를 할 수 있는 학우가 없었어요. 다행히 국악대 동문 박인혜 교수님의 지도로 김윤지 학우가 예상보다 빠르게 판소리를 배울 수 있었고 창극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뮤지컬의 특성을 조화롭게 섞을 수 있었어요. 전통 창극에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가 뿌리 깊게 내재되어 있어서 외국인은 이러한 의도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외국인에게 익숙한 피아노 곡조를 삽입해 거부감을 없애고 공감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자 한 거죠.

Q. 아 그렇군요. 그런데 아랑가는 설화 중에서도 조금 낯선데요. 한국인에게도 생소할 수 있는 도미설화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김가람: 삼국사기에 소개된 도미설화는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도교수님 수업시간에 다뤄 많은 대화를 나누며 고민했던 작품이기도 했고, 제가 좋아하는 설화예요. 관리가 백성의 여자를 빼앗고 위정자의 권력에 투쟁하는 소시민이 나오는 전형적 관탈민녀 설화로 어느 나라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 전 세계인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도미설화는 단순한 관탈민녀 설화가 아니라 개로왕이 꿈에 나온 운명적 여인을 찾는 내용이에요. 단순한 욕심에 의해 여자를 취하려는 게 아니라, 운명적 사랑으로 인해 나라도 잃고 목숨까지 잃는 비극에 처하죠. 목숨과 나라를 걸 만큼 처절한 사랑, 이 윤회적 운명만으로도 서양의 관탈민녀 설화와는 확연히 다른 걸 알 수 있어요.
 
Q. 신데렐라와 비슷한 콩쥐팥쥐전이라면 오히려 관객이 이해하기 쉬울 텐데 철학적 소재를 다룬 설화를 선택한 것 또한 도전이네요! 아랑가는 무대장치에서 특히 극찬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 김가람: 공연 준비시간이 3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아요. 이 시간 내에 조명, 음향, 무대장치, 영상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해 공연해야 했죠. 그래서 저희는 3시간 동안에 준비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마음으로 최대한 단순화시켰어요. 이렇게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라는 제한에서 시작했지만, 오히려 장르 특성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한국만의 멋, 여백의 미를 살릴 수 있었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요? 자칫 이해하기 어려울 철학적 소재가 담긴 설화내용이라 다른 곳에 시선을 빼앗기기보다는 관객이 극 자체에 집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도교수님의 의도로 핀 조명을 사용하지 않는 콘셉트로 화려하지 않은 색감의 조명을 이용해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인물의 정서를 강조하려고 했어요. 또 타 공연과 달리 스크린 자막을 인물 바로 옆으로 설정해 인물을 보면서 자막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관객을 최대한 배려했어요.
 
사실, 가장 점수를 많이 얻었던 부분은 의상이었어요. 김성수 선생님의 도움으로 의상을 한지로 만들어 인물의 설화성을 강조하면서 또 다른 한국의 멋을 알릴 수 있었어요.
 
Q. 한 심사위원의 평처럼 대학생 창작극이라고 보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네요. 김가람 학우에게 아랑가는 어떤 의미인가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 김가람: 아랑가는 준비 기간 동안 상당히 힘들었지만,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뿌듯해요. 더 많은 사람이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 아랑가를 한국의 멋을 가장 잘 표현한 음악극으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저 자신도 우리나라 전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서양의 뮤지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국 고유의 색을 보여주는 것, 이게 제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길이에요.
 
Q. 마지막으로 지도 교수님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연극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 박동우: 코스프레 연극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지금 우리가 이 작품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작품을 시작해야죠. 누가 쓴 작품이든, 희극이든 비극이든 2014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 관계를 만드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돼요. ‘이건 어떻게 해야 한다, 이건 아니다라는 식의 법칙 같은 건 없어요. 예술에는 답이 없으니까요. ‘왜 하는지에서 시작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식이 담긴 진짜 연극, 깊이 있는 연극을 해야 합니다.
 
 
취재: 홍보대사 임동현(경영학부 3학년)
        홍보대사 박정원(영어영문학과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