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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부 변재성 · 한준희 학우, 세계 건축계에 코리안 파워를 보여주다

관리자 2012-10-17 조회 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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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준희 학우, 반기문 UN사무총장, 이언구 교수, 변재성 학우
 
옷장에서 오랜 시간 묵혀두었던 재킷을 꺼내도 될 만큼 쌀쌀해진 요즘이지만, 대학가는 오히려 취업 열기로 뜨거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소위 취준생(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의 줄임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인위적인 스팩쌓기에 여념이 없다. 봉사활동, 토익, 공인자격증, 인턴활동 등등. 하지만 여기, 자신의 전공을 수학하며 진정한 스팩을 구축해가는 이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변재성(건축학부 04학번), 한준희(건축학부 05학번) 학우
 
두 학우는 얼마 전 2012 UN HABITAT 국제학생디자인공모전 \"Integrated Communities: A Society for All Ages(지역사회들의 통합: 모든 연령이 함께 사는 사회)\" 팀 부문에서 First prize(대상)를 수상하며, 우리 대학 건축학부를 세계적으로 알렸다. 이 놀라운 쾌거를 모든 중앙인과 함께 나누기 위해, 뉴욕 시상식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변재성 학우와 한준희 학우를 만나보았다
 
Q.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됐을 텐데,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습니다. 먼저 수상 소감 부탁합니다
 
B) 이러한 자리가 있기까지 준희와 저는 수많은 공모전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실패도 여러 번 했고 또 수상한 적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큰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에요. 국제적인 공모전에서 1등을 하게 돼서 매우 기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기쁘다는 게 적절한 표현일 것 같네요
 
H) 많은 선배님들이 공모전에 도전해 수상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같이 큰 국제 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은 저희가 처음이라고 얘기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믿기지가 않아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이 배웠고, 누구보다 많은 가르침을 주신 이언구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수업을 들을 때는 평가자의 입장이시라 엄격하고 철저하셨는데, 시상식에 함께 참여하기 위해 뉴욕에서 뵈었을 때는 정말 친근하게 대해주셨어요. 뉴욕 곳곳을 같이 돌아다니며 구경도 시켜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셨지요. 아버지처럼 자상한 조언도 해주시고 다정다감하게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B) . 사실 이언구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이번 공모전 참가 기회도 못 가질 뻔 했습니다. 이 교수님께서 미국 건축가 협회 명예회원으로 계시면서 국제적인 건축 트랜드와 공모전 소식을 학우들에게 알려주셨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미국계 회사의 친환경 주택설계 공모전을 소개해주셔서 처음으로 국제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우리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는 불씨가 되었지요. 당시엔 입선에 그쳤지만, 교수님께서 2년 만에 돌아온 이번 공모전에 다시 도전해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습니다. 이 교수님과 같은 연구실에 계시는 정민희 박사님께서도 공모전 준비기간 중에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어서 직접 UN 본부에도 가보고, 또 반기문 사무총장님과 인사할 기회도 얻었죠. 살면서 경험하기 힘든 놀라운 일이 저희에게 일어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Q. 공모전의 주제가 지역사회들의 통합인데, 어떻게 작품에 녹여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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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UN산하 기구인 ICCC(International Council for Caring Communities)에서 주최한 이번 공모전은 전세계 공통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해결을 위해 각 나라의 환경적 특성에 맞춘 건축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주제였습니다. 저희는 한국의 심각한 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관련 논문과 책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분당에 있는 사회복지회관을 무작정 찾아갔지요. 일반적으로 노인이라고 하면 병약한 존재또는 보호의 대상이라고만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직접 만나 뵙고 대화를 나누어 보니 노인 분들도 젊게 살고 싶어하시고 호기심도 많으셨어요. 이렇게 직접 만나 뵈니 고령화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우리 부모님 세대도 곧 노인 세대가 된다고 생각하니, 고령화 현상이 남의 일 같지 않았고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노인들을 그들만의 시설에 가두는 것이 아닌, 젊은 세대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해보자였습니다. 노인들이 많은 종로나 종묘에 노인 시설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있는 곳에 노인 시설을 두어 그 곳에서 교류와 통합이 이루어지게 하려고 했지요. 하지만 무턱대고 시설을 쌓아 올리면 이질감이 들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는 건축 방식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H) 건축 기술도 중요하지만, 일단 고령화 사회 문제를 어떻게 각 나라에 맞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지난 7개월 동안 많이 생각했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낙산공원 입구와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 사이는 누가 봐도 단절된 느낌이 강해 이를 잇는 건축물을 세워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저희가 주시했던 그 공간은 방송통신대학이 있어서 고학력이나 높은 지위에 있다가 은퇴한 노인들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젊음의 메카인 대학로와 연결해 모든 세대들의 통합을 꾀하기엔 적재적소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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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가장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특히 힘들었던 점은
 
B)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요, 특히 디자인 분야는 팀 작업이 사실상 힘듭니다. 서로의 개성과 디자인 아이디어, 표현 방식이나 추진하는 방향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팀원들 사이에 마찰도 있고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준희랑은 일년 넘도록 팀워크 생활을 해왔고 생활 패턴도 비슷하기 때문에 잘 맞는 편이에요. 토지주택공사 공모전이나 건축문화대상 공모전 같은 많은 과정을 같이 거치면서 가족처럼 됐지요. 오히려 팀워크가 너무 좋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웃음
 
H) 공모전이 아니라면 이렇게 팀을 이뤄 작업을 하기가 힘듭니다. 건축학과는 5학년이 되면 졸업작품을 준비해야 하고 지난 대학생활을 총 정리하는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다들 1 1작을 내보이고 싶어해요. 재성이와 저는 작년 4학년 2학기 때부터 팀을 이뤄 많은 공모전에 함께 참가했는데, 보통 공모전을 치르고 나면 사이가 안 좋아져 그 이후로 팀 과제도 같이 안 할 정도로 멀어지지만 저희는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매해 여름방학이면 주택공사 공모전을 준비했을 만큼 팀워크에 자신이 있었고, 이번에도 둘이 정말 열심히 해보자고 담합해 준비했습니다.
 
Q. 이제 곧 졸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학교 생활을 돌아보면 추억이 많을 것 같은데요?
 
B) 벌써 졸업이네요. 준희나 저나 할 땐 확실히 하고, 놀 땐 화끈하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친구들이랑 자주 어울려 다녔습니다. 건축학과 특성상 공식적인 엠티 이외에도 친구들과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많이 보고 느끼려고 했지요. 또 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공모전에 참여하고, 자격증 준비나 봉사활동 같은 과외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H) 학교 생활하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개인적으로는 친구들과 같이 밤샘 설계를 하면서 야참을 먹었던 게 기억에 남는데, 밤샘 작업이 마냥 지루하고 힘든 것이 아니라, 지금 생각해보면 다 추억인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술잔 기울이면서 서로 힘든 점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속에서 끈끈한 관계가 형성되니까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 학과 내에서만 너무 한정적으로 끈끈했다는 점? (웃음
 
Q. 졸업을 앞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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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 UN주재 한국대사와 함께
B) 요즘 건축경기가 침체돼서 다른 길로 취업을 하려는 후배들이 많이 보입니다. 예전엔 설계파트로 취직하려고 공모전을 많이 준비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경우가 드뭅니다. 그래서 저학년 후배들에게 공모전을 한번 준비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어요. 수상을 하고 스팩을 쌓으면 더더욱 좋겠지만,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공모전을 하면서 크게 세 가지를 얻었다고 생각하는데, 첫째로 시간 관리를 하는 능력이에요. 공모전에서 시간 엄수는 필수이기 때문에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정표나 시간관리 계획표를 작성해 시간을 지키려는 습관이 생기게 됩니다. 둘째는 마케팅이나 기획하는 능력이에요. 많은 고민을 통해서 만들어낸 소중한 아이디어인 만큼, 내 아이디어의 핵심을 남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기획하는 능력이 많이 향상되지요. 셋째로 3D 툴 프로그램이나 포토샵을 다루는 기술적인 능력이 향상됩니다. 이런 장점들은 진로를 바꾸더라도 분명히 필요한 것이에요.
 
H) 사람들은 떨어지는 게 두려워서 공모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도가 있어야 그 끝에 좋은 결과도 생기는 법이죠. 꼭 상을 받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하기 보다는 배움의 자세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 보세요. 그게 곧 실력이 됩니다. 또 다른 학과 사람들과도 폭넓은 대인관계를 쌓으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Q.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B) 안 그래도 막 인터뷰하는 시점이 UN본부를 다녀 온 직후라 생각이 많아졌어요. UN본부에서 세계 각국의 학생들 앞에 서서 발표를 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해 보니, 한국에 있을 때보다 마음도 넓어지고 꿈도 커졌습니다. 앞으로 좀 더 공부를 해서 지식의 폭을 넓혀보라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고요. 지금이 딱 고3 때의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어떤 길로 갈지 고민하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죠. 이때까지의 소중한 경험과 그 동안 쌓아왔던 지식들을 바탕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 지 깊이 고민해볼 시기인 것 같아요. 사실 조금은 늦은 시기에 이런 고민을 다시 시작하게 되다니, 뒤늦게 철이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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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저는 시공 분야에 필요한 자격증을 다 취득해 놓은 상태에요. 처음 설계 전공을 택했을 때 이 분야만 바라보고 공부해왔는데, 5학년에 접어들면서 건축 내 설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가 보이기 시작했지요. 일단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보고 나서 최종 진로를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딱히 무엇을 하겠다고 단정 짓지는 않은 상태죠. 왠지 시간이 해결해줄 것 같은 느낌이네요. (웃음)
 
* 대한민국 어느 취준생못지 않게 진로에 대한 많은 고민을 가진 변재성, 한준희 학우. 두 사람이 정말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고, 또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훗날 건축 분야에서 이름을 떨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취재 : 홍보대사 김태훈(건축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