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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 대한 열정, 모교에 대한 사랑’ 박양우 교수를 만나다

관리자 2012-09-12 조회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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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 행정학과 77학번인 박양우 예술대학원 교수는, 8대 문화관광부 차관을 역임하고 현재 광주ACE페어 추진위원장과 한국영상산업협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국경제TV 채널에서는박양우가 만난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활약 중이다.
  
일견하기에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 수 많은 자리를 거쳐 강단에 서기까지, 화려하지만 한편으론 소박한 그의 인생스토리를 들어보았다
 
Q. 예술경영이라는 분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 말 그대로 예술과 경영의 복합어입니다. 예술을 경영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여기서의 예술은 무용이나 음악과 같은 좁은 의미의 예술이 아니라, 좀 더 포괄적인 영역을 뜻합니다. 바로문화를 말하는 것이죠. 때문에 예술경영은 크게 보면 문화경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유학했던 런던의 시티대학교에서 가장 먼저 이 학문 분야가 개설되었는데요, 처음엔 예술정책경영학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문화정책경영학과로 이름을 바꾼 상태고요. 우리 학교의 예술경영학과는 국내 예술경영 분야를 이끄는 선두주자로서 이미 브랜드화가 되었기 때문에, 계속해서예술경영학이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술경영학은 곧 문화정책경영학입니다. 여기서의 문화는 공연예술이나 영화, 만화 등을 넘어서 패션과 음식, 각종 이벤트와 컨벤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을 포괄합니다. 문화라는 원천요소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마케팅 해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조해 내느냐, 이를 배우는 것이 예술경영학의 주된 목표죠. 즉 모든 종류의 문화 콘텐츠를 기획, 창작하고 총괄하는 일입니다
 
Q. 행정고시 합격 후 오랫동안 공직에 계셨고, 문화부 차관이라는 자리까지 오르셨습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강단에 서게 되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 공직에 있는 동안 15년 간 강의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강단에 서길 권유했었고, 때문에 런던 유학 후 15년 이상 계속 강의를 해왔습니다. 제게는 이 일이 비교적 친숙합니다
 
저는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과에 입학했다가 행정학과로 전과했습니다. 당시엔 법학과와 행정학과가 같은 학부에 있어 이동이 자유로웠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3학년의 어린 나이에 행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공직에 몸 담고 있는 동안에도 늘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연모해왔습니다. 연애하는 심정으로 흠모한 거죠.
  
문화부에 재직할 당시 처음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예술경영 1세대라고 할 수 있죠. 공직을 떠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오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품게 된 데에는 제가 대학시절 만났던 김석우 교수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교수님께선 제가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학교에 남아 강단에 서길 바라셨지요. 당시 부모님께서 저의 공직 진출을 원하셨기에 효도하는 심정으로 공직에 나가긴 했지만, 늘 대학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꿈을 마음에 품고 있었습니다
 
논어의 학이편 가장 첫 부분에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不亦說乎(불역열호)아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미 배운 것을 때때로 반복하면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닌가라는 뜻이지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굉장히 즐겁고 기쁩니다. 가르치는 동시에 배우고 있기에 이 또한 좋습니다. 제게는 강단에 서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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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랫동안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해오셨습니다. 특별히 이 분야에 종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 제가 공직에 있을 당시, 행정고시 합격자들은 과장이 되면 연수 후 각 부처로 지원을 했습니다. 저는 고시 후배들에게 부처를 선정할 때 당장이 아닌 15, 20년 후의 사회적 수요에 대해 고민해보라고 항상 얘기합니다. 물론, 선택의 첫 번째 요소는 자신이 가장 흥미를 느끼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향후의 사회적 수요를 파악해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 지원한다면, 그래서 그 부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면 일하는 보람도 커질 것입니다.
  
저는 복지문제, 그 중에서도 단순 보건복지가 아닌 문화복지에 주목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수준이 향상되고 먹고 사는 것에 관한 1차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만큼, 생존이 아닌삶의 질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때문에 미래의 가능성을 점쳐보고 문화 분야를 선택한 것이지요
 
Q. 최근 일어나는 수 많은 반사회적 범죄들의 원인으로 영화나 게임 같은 문화적 요소들이 심심찮게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일부 학자들은 영화나 게임이 이러한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범인 개개인의 인간성이 함양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범죄가 발생하는 겁니다
 
제가 어렸을 적과 비교하면 지금은 상당히 풍요로운 시대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만큼 경쟁은 더욱 심화되었죠.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매몰되어 끊임없이 경쟁의 굴레에 내던져집니다. 그 악순환 속에서 사람들은 인성을 함양할 시간조차 가질 수 없지요. 그저 양떼 몰리듯 경쟁으로, 경쟁으로 떠밀립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는 남을 배려하거나 남의 입장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합니다.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잃고, 사람이 사람을, 사람이 사회를 생각하는 훈련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기본적인 인간성을 함양할 수 있다면, 인간성 훈련이 되어있다면, 일부 미디어의 영향만으로 반사회적 범죄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도 모르는 새에 상실된 인간성, 거기에서 이러한 범죄는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 행정고시에서 사회학과 한두희 학우가 수석을 차지했습니다. 관세사 합격률은 8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올해 공인회계사도 59명이나 배출됐습니다. 이런 후배들의 활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후배들의 성취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닙니다. 과거 중앙대 법대의 경우 전체 대학 중 사법고시 합격자 수가 전국 4위 수준이었어요. 그랬던 것이 최근에는 7~8위로 순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우리 학교가 빅3 대학을 지향하는 만큼, 주마가편 격으로 더욱 더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의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고, 실질적으로 입학생들의 입시 성적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 만족하지 말고, 행정고시나 사법고시 합격률을 더욱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수들의 전략적 접근이 중요합니다. 우리 학교가 공인회계사 배출과 방송인 배출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해당 분야에 진출한 선배들과 시험 준비생을 연결해 주는 멘토제나 고시반 제도가 잘 마련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고시 역시 이 같은 제도를 전략적으로 마련해 운영해야 합니다. 합격자 수를 늘려서 우리 학교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해요. 중앙대학교에 올 정도의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라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행정고시를 준비할 당시, 저희 과 학장님은 새벽에 몰래 오셔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뒤에서 한참 바라보다가 가시곤 했어요. 학생들이 그걸 모를 리 없죠. 그러면 더 신이 나서 공부를 했습니다. 이처럼 정신적인 면에서 교수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수한 재원들을 합격으로 이끌어주는 건 학교와 교수의 몫이기도 합니다
 
Q. 조금 가벼운 질문을 드리겠는데요, 머지않아 캠퍼스 내에서 음주가 금지될 거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캠퍼스 내에서의 금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저는 개인적으로는 찬성합니다. 캠퍼스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특히 선진국의 경우 모두 금지돼 있어요. 캠퍼스는 말 그대로 캠퍼스, 즉 학문의 전당이어야 합니다. 자유로우나 신성한 공간이어야 해요. 캠퍼스에서는 공부에 매진하고, 인생에 대해 토론하며,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으로 에너지를 발산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 자유로운 캠퍼스의 모습 아닐까요? 술을 마시는 것만이 캠퍼스의 낭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음주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에요. 저도 학창시절 술을 많이 마셨죠. 캠퍼스를 벗어나면 주점들이 많습니다. 캠퍼스에서는 학생의 본분에 최선을 다 하고, 술은 나가서 마시면 되겠죠
 
Q. 마지막으로 선배로서, 그리고 스승으로서 우리 대학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모두 자기만의장기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영어나 중국어 같은 외국어뿐만 아니라, 악기든 노래든 스포츠든 자신만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저는 그런 장기가 없다는 게 늘 아쉬웠답니다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누굴까요? 졸업 성적이 좋은 사람? 노래를 잘 하거나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 꼭 그런 게 아니어도 자신만의장기를 가진 사람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성적 좋은 거, 좋습니다. 하지만 성적은 다른 요소들의 밑바탕입니다. 좋은 성적을 베이스로 그 위에 자신만의 멋들어진 장기를 쌓아 올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성공을 향한 지름길이고 나아가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지요. 자기만의 무기를 개발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역시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죽도록 공부하세요. 도서관이 불야성을 이루도록, 공부를 하다가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해 눈물을 흘릴 정도로요. 그러지 못하고 졸업하는 건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 재학시절 그런 경험을 많이 해봤어요. 당시엔 통금이 있어서 밤 12시 이전엔 집에 들어가야 했지요. 늦은 시각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가슴이 벅찰 수 없었습니다. 일종의 희열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기쁨을 우리 학생들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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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말하지만 박양우 교수는 화려한 경력을 지녔다. 런던에서 수학한 예술경영 1세대로서 문화관광부 차관이라는 높은 자리까지 올랐으며, 현재도 문화산업과 관련한 여러 가지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걱정이 됐다. 너무나도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그이기에, 행여나 고압적이거나 권위적이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필자가 만나본 그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오히려 수수하게, 살갑고도 투박하게, 자신의 진심을 꾸밈없이 드러내 보였다. 자신의 딸도 우리 중앙대학교를 졸업했다며 웃어 보이는 그에게서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박양우 교수에겐애정(愛情)’이 있다. 평생을 몸담아 온 문화 영역에 대한, 지금 그가 서 있는 강단에 대한, 그리고 모교인 우리 중앙대학교에 대한 깊은 사랑 말이다. 스펙 쌓기와 취업 준비가 어느새 대학생활의 전부인 것처럼 되어버린 오늘날, 박 교수와의 인터뷰는 우리 가슴에 또 다른 떨림을 전해주었다
 
  
취재 : 홍보대사 박진석(사회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