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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심슨가족>을 꿈꾸다, 첨단영상대학원 김탁훈 교수

관리자 2011-08-10 조회 1812

 

지난달, 홍보실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첨단영상대학원 김탁훈 교수의 애니메이션 <퍼플맨>이 6월 27일 일본 '쇼트쇼츠 영화제'에서 아시아 국제경쟁 최우수상을 수상한데 이어 같은 날 캐나다 '니켈 독립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것이다. 낭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퍼플맨>이 세계 3대 단편영화제 중 하나인 핀란드 '템페레 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이다.

 

<퍼플맨>은 탈북자 김 혁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으로, 물체를 한두 프레임씩 노출시켜 촬영하는 스톱모션 방식을 사용했다. 김탁훈 교수가 첨단영상대학원의 연구원들과 함께 2년여의 시간을 투자한 땀과 열정의 결과물이다.

 

사실 김탁훈 교수는 지난해 6월 파워중앙인으로 선정되어 중앙인들에게 소개된 바 있지만, <퍼플맨>의 연이은 쾌거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다시 한번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학교 산학협력센터에서 김탁훈 교수를 만났다.

 

<퍼플맨> 스틸컷

 

#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김탁훈 교수는 그것은 단지 편견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극장에서는 영화를 상영하는 중간 중간에 <미키마우스>나 <톰과 제리> 같은 애니메이션이 상영됐어요. 영화를 보던 관객들 역시 전쟁중이라는 현실을 잊고 애니메이션에 빠져들었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꼈었습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의 본질은 여기에 있었던 거죠."

 

그는 애니메이션을 단순히 '만화영화'가 아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한다. "애니메이션의 본질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이 주로 교육용으로 제작되고 있어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조금 더 강한 편입니다. <심슨가족>을 보세요. 가족 이야기가 뼈대를 이루고 있지만 그 속에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면서 어른들이 더 열광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라고 못할 것 없죠. <퍼플맨>은 어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코믹한 요소를 더해 현실감 있으면서 재밌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독특한 소재 속 '한 사람'을 이야기하다

 

<퍼플맨>은 조금 무거운 소재라고 느껴질 수 있는 탈북자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영화가 무겁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그 속에 한 사람의 이야기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작품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또, 한국적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가 무엇인가를 고민했어요. 우리나라가 마지막 분단국가라는 사실에 주목했고 결국 탈북자의 이야기를 다루기로 했죠.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소재였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장점을 활용해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퍼플맨>은 이념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탈북자 김혁을 통해 한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탁훈 교수는 새터민(탈북자 대신 사용되고 있는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시작한 사람'을 의미하는 순우리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귀담아들었다.

 

"<퍼플맨>의 실제 모델인 김 혁氏에게 탈북한 이유를 물었을 때 그에게서 돌아온 답변이 인상적이었어요. 배가 고파서 남한에 왔다. 만약 남한에서도 계속 배가 고프면 굳이 여기 있지 않을 것 같다고요. 그의 이야기에서 이념과 사상이 아닌 한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죠."

 

흔히 남한과 북한을 이야기할 때 남한은 파란색, 북한은 빨간색을 연상한다. 김탁훈 감독은 김 혁氏는 남한과 북한의 중간쯤 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제목도 '보라색 사람'을 뜻하는 <퍼플맨>이다.

 

#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대해

 

<퍼플맨>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이 살아움직이는 느낌을 갖게 한다.

 

"스톱모션 방식은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클레이로 제작한 인물의 표정, 손가락, 눈동자를 하나하나 만들고 한 프레임마다 스틸컷으로 촬영해야 하죠. 그리고 이를 연결시켜 영상으로 만들어야 하니, 손이 굉장히 많이 갑니다. <퍼플맨>의 러닝타임이 12분 정도인데, 제작기간은 2년이나 걸렸으니 말 다했죠. 하지만 스톱모션 방식은 텍스처가 주는 고유의 느낌이 있습니다. 첨단영상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실재하는 것이 주는 따뜻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김탁훈 교수와 함께 <퍼플맨>을 탄생시킨 류진호, 박성호, 유진영 연구원.

 

# <퍼플맨>을 위해 네 명의 대학원생이 뭉치다!

 

김탁훈 교수는 자신과 동고동락한 동료들을 소개하며, 만일 자신이 혼자 제작했다면 <퍼플맨>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첨단영상대학원 애니메이션 연구실 소속 연구원들이 석사과정을 마칠 무렵, 작품에 대해 여러가지를 고민하다가 <퍼플맨>을 함께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의 쾌거는 네 명의 연구원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애니메이팅 작업을 맡은 류진호, 컴파지팅 작업을 맡은 박성호, 캐릭터 제작을 맡은 유진영 연구원과 당시 프로듀서를 맡았던 이형기 연구원까지. 모두 자신의 작품처럼 책임감을 갖고 제작에 임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구실의 12명의 학생들 모두가 제작기간 동안 함께 작품을 만들었죠. 모두가 함께했기에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한국의 <심슨가족>을 꿈꾸다

 

김탁훈 감독의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문득 그의 꿈이 궁금해졌다.

 

"미국의 <심슨가족>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황금시간대에 제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것이죠. 시즌 22까지는 무리일까요? 하하.(<심슨가족>은 작년 9월 미국에서 시즌 22의 방영이 시작되었다) 사실 코미디 프로그램보다도 재밌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애니메이션이에요. 나중에는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김탁훈 교수의 작업실에서 연구원들이 또 다른 작품을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 중앙인에게

 

어느덧 마지막 질문에 이르렀다. 김탁훈 교수에게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 중앙인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가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한마디로 말하면 잘합시다! 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직시하고, 제3자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것이 정말 여러분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달려가길 바랍니다. 배고픔과 실패도 감수해야 합니다. 성공한 여러분의 모습을 상상하며 의지를 가지고 꿈을 향해 한발한발 달려나가길 바랍니다."

 

김탁훈 교수의 단편 애니메이션 <퍼플맨>은 오는 17일 서울 CGV 압구정에서 개막하는 '제5회 시네마 디지털 서울(신디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칸 영화제에 진출했던 문병곤 동문(영화학과 02)의 졸업작품 <불멸의 사나이> 역시 만나볼 수 있다. 더운 여름, 중앙인이 제작한 영화를 보며 시원한 휴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취재 : 홍보대사 남혜선(교육학과)

홍보대사 이보람(신문방송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