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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작품 <야간비행>으로 칸 영화제 진출 및 수상! 영화학과 손태겸 동문

관리자 2011-07-13 조회 1906

 

누구에게나 간절히 원하는 꿈의 무대가 있다. 축구선수에게 월드컵 결승전처럼, 언젠가 반드시 서보고 싶은 무대. 영화인들이 생각하는 꿈의 무대는 어디일까.  

 

쉬지 않고 내리던 장맛비가 주춤했던 어느 날, 꿈의 무대를 밟고 돌아온 그를 만났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에 진출해 수상의 영광까지 얻은, 수줍은 소년의 미소를 가진 손태겸 동문(영화학과 04)이다.  

 

지난 5월 열린 제64회 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손태겸 동문은 졸업 작품인 <야간비행>으로 3등상을 수상했다.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은 칸 영화제의 공식 경쟁 부문으로, 재능있는 신인 감독들의 영화 소개 및 지원을 위해 지난 1998년 개설되었다. 해마다 15 ~ 20편의 초청작 중 우수 작품 세 편을 선정한다. 학부 졸업 작품이 칸 영화제 진출에 수상까지. 그의 소감이 궁금했다.  

 

"처음엔 칸 영화제의 권위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촬영을 맡은 한만욱 동문(영화학과 04), 배급을 맡아준 영화학과 내 배급사 '센트럴 파크'의 박지혜 동문(영화학과 05)과 함께 갔는데, 심리적으로 위축됐죠. 하지만 권위를 지키는 만큼 대우를 해주더군요. 전 세계에서 온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감독들의 16개 작품을 3일 동안 한번씩만 상영하는데, 그들의 작품을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가 됐어요.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슴 벅찬 순간들이었습니다."


전신환 동문(左 두번째)과 한만욱 동문(右 첫번째)이 칸 영화제 <황해> 파티에서 배우 김윤석氏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야간비행>의 수상은 한만욱 동문이 먼저 예감했다고 한다. 첫 섹션의 작품들을 보고 그에게 승산이 있다는 말을 건넨 것이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던 손태겸 동문도 이때부터 내심 기대를 했다고 한다.  

 

"사실 그 말을 들은 후 마지막 섹션 작품들을 보기 전까지는 기대를 조금 했습니다. 근데 마지막 섹션 네 편을 보고 나니 자신감이 사라졌어요. 수상보다는 진출 자체에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랬었는데 시상식 때 심사위원장인 미셸 공드리의 입에서 제 작품이 불리는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휴대전화에서 '고온 주의' 경고가 뜰 정도로 더웠던 칸. 그는 태어나 처음 느낀 더위만큼 생소했던 경험들을 잊지 못한다. 해변가를 돌며 아름다운 지중해를 보고 감탄하기도 하고, <야간비행>의 주연배우 전신환 동문(연극학과 03)의 주선으로 영화 <황해> 파티에 초대되어 하정우 동문(연극학과 97)을 만나 애정 어린 조언을 듣기도 했다. 낯선 땅에서 맛본 신선한 경험들 속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칸에서 겪었던 일들의 여운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 혼자만의 힘으론 불가능한 일들이죠. <야간비행>을 함께했던 스탭들, 배우들, 배급을 맡아준 학과 내 배급사 '센트럴 파크', 민환기 교수님, 학우들,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서의 한만욱 동문(左)과 손태겸 동문


<야간비행>은 돈을 받고 몸을 파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평범한 성장의 통로를 벗어난 이들의 '야간비행'을 다룬 작품이다. 약 200만원 남짓한 많지 않은 제작비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쉽지 않은 소재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고민할 때 오히려 더 '강하게' 찍으라고 손태겸 동문을 독려한 민환기 교수, 100% 만족하지 못한 촬영임에도 도와주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OK 사인을 내고 넘어가는 손 동문을 보며, 감독으로서 '모질게' 하라고 얘기한 스탭들, 잦은 야간 촬영에도 항상 성실하게 임한 배우들이 그의 옆에 있었다. 

 

"딱 한번 만욱이 형과 충돌한 적이 있습니다. 계속되는 야간 촬영으로 다들 힘들었고 감독인 저조차도 체력적, 정신적으로 바닥이었죠. 그런데 배우들이 좁은 공간에서 사랑을 나누는, 배우와 스탭 모두 제일 힘들어했던 씬을 다 찍고 나서 만욱이 형이 씬을 통째로 다시 찍자고 그러는 겁니다. 그림이 좋지 않아 꼭 다시 찍어야겠다고 하는데, 제가 처음으로 화를 냈어요. 하지만 다툼 끝에 힘든 상황에서도 다시 촬영했습니다. 나중에 칸에서의 상영이 끝나고 감독들과 기자들, 관객들이 '좋다, 아름답다, 강렬하다'며 제일 높게 평가해준 씬이 있었는데 바로 그 씬이었습니다."  

 

이처럼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영화를 함께 만든 오늘이 있기까지, 손태겸 감독은 어떻게 영화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었을까. 그에게 영화를 시작하려고 결심한 동기에 대해 물었더니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누나가 사온 영화잡지를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영화 보는 걸 즐기게 됐고, 보고나서는 항상 감상문을 썼다고.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이 영화광이셨는데, 하루는 영화 감상문을 제출하라는 숙제를 내주셨어요. <트루먼 쇼>라는 영화였는데, 저는 영화를 보지도 않고 TV에서 하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보고 감상문을 써서 제출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랬죠. 그런데 그 글을 보신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따로 부르셔서 너는 정말 감이 있는 것 같으니 그 쪽으로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며 <풀 메탈 자켓>과 <랜드 앤 프리덤>이라는 영화를 추천해주시더라고요. 한편으론 죄송했지만, 진지하게 진심을 담아 말씀해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영화를 해도 될까...' 진로에 대한 고민이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영화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그는 언젠가부터 '이미지'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것을 표현하고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영화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되었고, 자신과 같은 꿈을 꾸며, 더 재능이 많은 동기들을 보며 자신이 '천재적인 모차르트' 보다는 '노력하는 살리에르'에 가깝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그. 그래서 그는 언제나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좀 더 깊이있는 공부를 통해 이제 장편영화 제작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지속적으로 장편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항상 저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다음 목표는 자신의 이름을 건 장편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히는 손태겸 동문. '꿈의 무대'인 칸 영화제 참석 후에도 차근차근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그의 모습에서 어떤 불안이나 방황도 찾을 수 없었다.  

 

손태겸 동문이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화의 감독이 되는 그 날을 기다리며, 그의 새로운 비상을 기대해 본다.  

 

 

취재 : 홍보대사 김수진(영화학과)

홍보대사 한숙경(경영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