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친구 딸'이 되다
내가 잘해도 항상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 흔히 엄친아, 엄친딸이라고 하는 '엄마 친구 아들(딸)'. 필자는 학창시절 내내 "엄마 친구 아들(딸)은 말이지"하며 그들과 비교를 당해왔다. 그들은 잘생겼고(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데다 심지어 효자(효녀)이기까지 하다.
말로만 들어왔던 '엄친딸'을 이곳에서 만날 줄이야. 박경숙 교수는 박시현 동문이 간호학과 차석 졸업자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매학기 말 학사경고만 면하기를 바라는 필자는 문득 그녀의 공부 방법이 궁금해졌다.
"오히려 시험 기간에 공부를 많이 안했던 것 같아요. 전공이든 교양이든 수업이 끝나면 항상 도서관에 들러 3시간 정도 복습을 했어요. 수업이 끝난 직후에 복습을 하니 오래 남더라구요. 그게 원동력인 것 같아요."
정말 '엄마 친구 딸' 다운 답변이었다. 동시에 시험기간만 되면 늘 벼락치기를 해왔던 필자를 반성하게 했던 답변이기도 했다.
# 중앙대병원에 들어가다
2007년 졸업과 동시에 그녀는 중앙대학교병원 회복실에서 간호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워낙 사람 대하는 것을 좋아하던 그녀라, 병원의 홍보 간호사로도 일했다.
"간호부장님께서 제 근무태도를 좋게 봐주셨어요. 그래서 병원 홍보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죠. 우리 학교 홍보대사 학우들이 하는 것처럼 홍보 브로슈어도 촬영하고, 병원 박람회 같은 행사에도 나가 우리 병원을 홍보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하는 것이 잘 맞는지, 일이 잘되더라고요."
하지만 간호사로서의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일을 할 수가 없었던 것. 그녀는 결국 1년여만인 2008년, 병원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 다시 펜을 잡다
2009년, 당시 간호학회 이사로 있던 박경숙 교수는 자신이 아끼던 제자인 박시현 동문이 일과 공부 모두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박 교수는 제자이자 간호학과 후배인 박 동문의 재능과 잠재력이 너무 아까웠다고 한다.(박경숙 교수는 우리 학교 간호학과 1기 동문이다.) 그래서 박경숙 교수는 박시현 동문을 찾아 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박시현 동문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해 망설였고, 그럴수록 박경숙 교수는 더욱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소설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아갔던 '삼고초려'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사실 결혼하고나서 병원도 그만두고 뭘해야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 때 교수님이 찾아오신거죠. 다시 공부를 해보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얼마나 감사한지, 많이 부족한 저를 잘 봐주신거죠." 박시현 동문이 겸손해하며 질문에 답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고 결심하려는 순간 육아문제가 발목을 잡더라고요. 하지만 남편이 퇴근 후와 주말에 아이를 맡아주기로 했어요. 덕분에 주말마다 도서관에 갈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남편에게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미안해요."
박경숙 교수의 권유와 남편의 응원으로 시작하게 된 박시현 동문의 노력은 이번 국제한인간호재단 장학생 선발이라는 달콤한 결실로 돌아왔다.
다정한 모습의 박시현 동문과 박경숙 교수
# 향후 계획
국제한인간호재단 장학생 선발자는 꼭 지켜야할 조건이 있다. 장학금 수혜기간 중 3개월에 한 번씩 연구 진행상황을 보고해야 하며, 연구 종료 후 1개월 이내에 결과물을 제출해야 한다. 박시현 동문은 오는 7월 미국으로 건너가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그녀가 연구할 분야는 '과민성 장 증후군'과 관련된 것이다.
"연구를 진행하는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치열하게 공부해야죠."
박시현 동문은 미국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배운 후 국내에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녀는 미국과 국내에서 연구한 것을 기반으로 미약하지만 국내 의료 시스템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 중앙인에게
박시현 동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준비한 질문을 다하고, 마지막으로 중앙인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했다.
"다들 아이 둘에 유학을 결심한 저에게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해요. 저도 육체적으로는 분명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랜 꿈을 잃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내려놔야 했을 때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 때문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한거죠. 앞으로 하게 될 공부가 힘들어도 그것이 선물이라고 생각할거에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잖아요. 꿈을 가지고 있다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꿈을 완전히 이룬 것은 아니지만, 이번 장학생 선발이 제 꿈에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다.
"유학을 고민할 당시 저희 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요. 제가 그 세 번의 기회 중 몇 가지를 썼는지는 잘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준비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겠죠."
박시현 동문과의 인터뷰는 내 꿈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의 꿈이 훗날 현실이 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 홍보대사 현창민(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