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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의 발길따라 生의 사막을 건너다 (문예창작학과 이승하 교수)

관리자 2010-07-20 조회 4340

 

 

시인 이승하(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지난 10년간 ‘혜초의 길’이라는 부제를 붙여 쓴 연작시 61편을 모은 시집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서정시학)을 펴냈다.

 

천삼백여년 전 스무살의 청년 승려 혜초는 말도 글도 통하지 않는 낯선 지역을 4년간 탐사하였고, 그 기록을 통해 혜초의 길이 탄생했다. 이번 신작 시집에서 이승하 교수는 시공을 관통하는 자유자재의 상상력으로 혜초의 길을 다시 읽으며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현세의 삶을 성찰하며 자신의 길을 만들고 있다.

 

2000년 동료 문인들과 떠난 실크로드 여행에서 이승하 교수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중국 둔황의 막고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그후 10년간 혜초의 흔적을 더듬으며 시를 써왔다.

 

이승하 교수는 “20대 초반, 스님 혜초의 시가 내 가슴을 울렸습니다. 혜초는 내가 가보지도 않은 그 넓은 사막지역과 고원을 오로지 도보로 기록한 스님이자 시인입니다. 그로부터 천 년이 지난 이 시대에 나는 시인과 시인의 만남으로 혜초와 영혼의 교감을 하고 싶어, 한편 한편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라고 밝혔다.

                

  

"통일했다고 천하 얻은 것이 아닌데/고기 맛보다 지독한 사치와 향락/목탁 두드리면 배 채울 수 있는 나라/무엇을 바라 머리 깎았단 말인가/갖고 싶은 것이 없어 바닷길 저 너머/부처의 나라에 가보기로 했다네/불법 일어난 까마득한 나라로"('고원에 바람 불다' 중)

 

이승하 교수는 시에서 혜초의 길을 따르며 길의 의미에도 집중한다. 그리고 길에서 삶과 죽음, 영원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내가 가는 길을 앞서 누군가 걸었고, 내가 걸은 길을 후세 누군가가 걸어가게 될 것"이라며 "길에서 지금은 죽고 없는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고, 수십 대를 거쳐 형성된 길은 인간과 세대, 민족을 잇는 끈의 역할을 한다."

 

"길은 언제나 길로 이어지고/마을은 언제나 마을로 이어진다/내 언젠가는 너로 이어지고/우리는 끝내 너희로 이어지리/다들 그렇게 살아온 나날//(중략)//네가 죽더라도 나 세끼 밥 찾아서 잘 먹을 것이다/내 죽는 날 너는 무얼 할 것이냐/생명은 언제나 생명으로 이어지고/바람은 언제나 바람으로 이어진다" ('길에 부는 바람' 중)

 

이승하 교수는 예술가는 길을 만들어 가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길을 놓는 자, 완성하는 자, 후세에게 길을 물려주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이숭원 서울여대 교수는 이 시집에 대해 “생의 사막을 걷는 낙타의 상상력을 보여준 시” 라고 평가했다.

 

아직까지 운전을 배우지 못했다는 이승하 교수. 혜초의 발길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만들어나간 시인의 길을 우리는 이번 신작 시집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길 - 혜초의 길 25

 

그대 아는가 바람이 불어오는 길을

바람은 때로 길도 잃게 하지만

열흘 넘게 부는 바람은 없더라

바람도 쉬어 가는 파미르고원

바람인들 왜 힘들지 않겠는가

 

바람은 제각각 다르지

어제 불던 바람, 오늘 부는 바람과 다르고

여름에 부는 바람, 겨울바람과 다르지

길도 다르다

어제 간 그 길이 영원히 그 길이 아니듯

사람이 만든 길로 짐승 같은 사람이 가기도 한다

 

강도를 만나도 빼앗길 것이 없었을 혜초

어제는 바람을 업고

오늘은 바람을 안고

토화라국에서 만난 눈, 땅 갈라져라 휘몰아쳤지만

봄바람 불면 그 길 또한 열리지 않던가 혜초여

 

저자 이승하 교수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지훈상, 시와시학상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사랑의 탐구』 이후 8권의 시집을 내어 이번 시집은 제10시집이다.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취재 : 홍보대사 서상희(문예창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