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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의 세월 동안 저소득 환자들을 돌봐온 파란 눈의 의사, 의학부 81학번 배현정 원장을 만나다

관리자 2024-09-03 조회 619

49년의 세월 동안 저소득 환자들을 돌봐온 파란 눈의 의사, 의학부 81학번 배현정 원장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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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0.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중앙대학교 의학부를 나와 전·진·상 의원장을 맡고 있는 배현정입니다. 벨기에 이름으로는 마리 헬렌 브라쇠르라고 합니다.


 

# Section 1. 중앙대학교 의학부 배현정, 푸른 눈의 천사


 

Q1. 벨기에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전·진·상 의원의 설립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벨기에에서 간호학을 전공했던 저는 국제가톨릭형제회(AFI) 회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곳에서 최소희 약사님을 만나 한국으로 오라는 권유를 받게 됐습니다. 간호사로서 새로운 환경에서 많은 사람에게 봉사하고자 1972 한국에 왔죠. 그러던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빈민촌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하셨고 AFI 기본 정신인 ‘온전한 자아봉헌’, ‘참다운 사랑’, ‘끊임없는 기쁨’을 담아 전·진·상 의원을 설립했습니다. 배현정이란 이름은 한국에서 맞이한 번째 크리스마스 AFI 동료 회원들에게서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벨기에 사람이니 배씨, 어질고 곧으라는 의미의 현정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2014 특별귀화자로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서 한국 국적을 얻어 공식 이름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Q2.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며 의사로서의 삶을 살게 됐는데, 결정에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김중호 미카엘 신부님의 추천으로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 편입하게 되었습니다. 의사였던 신부님은 전·진·상 의원을 설립하기 전부터 가정복지센터에서 진료를 맡아 저희를 도와주셨죠. 하지만 많은 환자들을 돌보기에 상주 의사가 부족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마침 신부님께서 외국인 학생을 위한 편입학 제도가 있는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간호사로서 이미 많은 환자를 돌보고 있었지만 의사가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1981 편입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본과 1학년으로 입학하게 됐습니다.

 


Q3. 타지에서 의과대학 공부를 하는 쉽지 않았을 같은데, 대학 생활은 어떠셨나요?

의학전문용어를 한자로 공부한다는 것이 가장 벽이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시험 문화도 낯설었어요. 오지선다형 문제는 처음 보는 유형이었거든요. 혼란스럽던 와중에 학우들은 야마·족보를 공유한다 하더군요. 그게 무슨 뜻인가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학기 때는 너무 힘들어서 유급하면 자퇴하자고도 생각했었죠. 정말 고마운 것은 불철주야 옆에서 공부를 도와주던 학우들이었어요. 그들의 도움 없이는 힘들었을 거예요. 국가고시 직전에 학우들과 함께 단칸방 안에서 하루 종일 앉아 공부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야마·족보 : 기출문제를 뜻하는 은어




# Section 2. 가정의학과 전문의 배현정, 호스피스 의료센터를 열다.

 

Q4. 많은 진료과목 가정의학과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진·상 의원이 자리 잡은 시흥동은 서울의 변두리였습니다. 행정 구역 변경이 잦아 관할 구청 이름이 번이나 바뀔 정도였죠. 보건소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많은 아이들이 홍역으로 고통받았고 어른들은 결핵에 걸리는 일이 흔했습니다. 내과나 소아과를 선택해 이러한 문제에 집중할 수도 있었지만, 다양한 병을 다루기 위해 가정의학과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가정의학과가 거의 없던 시기였고,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도 관련 과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졸업 가톨릭 중앙의료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이후 가정의학과 진료와 함께 가정 호스피스 치료를 도입해 2008 대한민국 최초로 독립형 호스피스 센터를 개설했습니다.

 


Q5. 호스피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호스피스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통합적으로 돌보는 시스템입니다. 증상 치료와 더불어 심리적 지지와 임종 돌봄, 사별가족 돌봄까지 제공합니다.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환자가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행복한 삶을 있도록 돕는거죠.

죽음을 앞둔 환자가 느끼는 육체적 고통 자체도 심각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살면서 화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느끼는 미안함 또는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로 힘들어하죠. 가족들도 고통에서 자유로울 없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호스피스는 이런 복잡한 감정들을 이해하고 환자와 가족들이 보다 평온하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 동안 환자들이 자신만의 평화를 찾고 가족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며 치유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라죠.

 


Q6. 가정의학과 이외의 전문의 진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전·진·상 의원에는 가정의학과, 종양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이외의 진료과목은 필요할 때마다 전문의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수많은 봉사와 기부가 있었기에 전·진·상이 운영될 있었습니다. 여러 도움의 손길을 뻗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Section 3. 일평생 전·진·상 정신으로 살아온 배현정의



Q7. 전·진·상 의원에서 펼쳐온 사회 공헌 활동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는 통합적 의료사회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의료봉사를 하다 보면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죠. 예를 들어, 교육의 기회를 놓친 어린아이들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사회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는 어르신들을 만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단지 약을 처방하고 병을 치료하는 이상의 도움을 주고 싶어지죠.

 

그래서 전진상 의원에서는 의사, 간호사, 약사, 그리고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6명의 AFI(Association for Integrated Care) 회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의료복지뿐만 아니라 장학사업, 가정복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의료팀이 지역을 돌며 건강 상담을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경제적 지원이나 장학금을 제공해 아이들이 교육을 이어갈 있도록 돕고 있어요.

 


Q8. 일평생을 봉사에 헌신하실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거창한 비결은 없어요. 저는 이웃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며 살아왔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들이 진정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내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있는지 자연스럽게 보이게 되죠.

 

제가 활동하고 있는 AFI 단체에서도우주성이라는 개념을 중시하는데요, 이는 모든 인간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민족, 언어, 종교, 문화가 다르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초월해 이해할 있어요. 예를 들어,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면 벨기에 사람이건 한국 사람이건 누구나 같은 두려움을 느끼죠. 결국, 우리는 모두 사람이고, 그렇기에 서로를 이해할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겁니다.

 

봉사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저희 어머니를 예로 들면, 어머니께서는 맹인인 친척을 위해 일주일에 번씩 책을 읽고 내용을 녹음해 전달하셨어요. 이처럼 봉사는 멀리 나가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여러분도 주변을 돌아보면 쉽게 봉사할 있는 기회를 발견할 있을 거예요. 휠체어를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간단한 한마디로 힘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죠. 중요한 타인의 입장에서 걸음만 생각해보는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보일 겁니다.

 


Q9. 전·진·상 정신으로 사시며 어려움을 겪으시지는 않으셨나요?

솔직히 말하면, 경제적으로는 항상 어려움이 많았어요. 제가 처음 전진상 의원을 개원했을 때만 해도 한국에는 의료보험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았거든요. 지금도 의료보험 수가만 가지고는 의원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동안 정말 많은 후원자들의 기부금과 여러 분야의 봉사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틸 있었죠. 그분들이 없었다면 길을 계속 걸어가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전진상 의원에서의 어려움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돼요. 특히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대한민국이 OECD 최빈국이었던 시절에 태어나셔서 평생을 고생하며 살아오신 분들인데, 노년에도 경제적으로 빈곤하게 지내시는 경우가 많아요. 교수, 공무원, 군인, 대기업 출신이 아닌 이상, 일반 연금만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죠. 그리고 현재의 연금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인구 고령화로 인해 미래에는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으로 고통을 겪게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해 정말 깊이 고민해봐야 문제라고 생각해요.

 

하나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최근 들어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원봉사로 오시는 의과대학 교수님들께서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부족해 대학병원 운영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요. 갈등이 하루빨리 해결되고 의료시스템이 안정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Q10. 원장님께서 향후 이루고 싶으신 소망이나 계획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소박한 바람인데, 이제는 저도 조금 자신을 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랫동안 이웃들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아오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지만, 앞으로는 안식을 찾고 싶어요. 제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돌아보면서,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평온을 찾을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많은 봉사자들과 경제적 지원이 ··상으로 와주기를 바랄 뿐이죠. 함께 힘을 모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한국에서 평생을 봉사하며 살다가, 자연스럽게 영면에 계획입니다. 이게 마지막 소망이죠. 그렇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타인을 위해 있다면, 정말 행복할 같아요.

 


Q11. 마지막으로 중앙인들에게 격언 부탁드립니다.

저와 여러분의 삶은 정말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인터넷과 핸드폰, AI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함부로 충고를 하거나 조언을 주기 어려워요. 하지만 가지는 확실히 말씀드릴 있습니다. 요즘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주변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인터넷 세상은 넓지만 넓은 시야 때문에 바로 옆의 주변 사람들을 놓치는 같습니다. 부모님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의 필요는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면서 작은 것부터 나누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타인에 대한 관심은 많은 것을 가져다 주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부딪히고 이해하며 배우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가지 , 종교를 향한 믿음을 가져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해봅니다. 가톨릭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불교든, 기독교든, 혹은 다른 어떤 신앙이든 상관없습니다.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갈증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고 생각해요. 저도 하느님을 향한 믿음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올 있었답니다.




취재 /  / 사진

중앙사랑 32 고유정(융합공학부 2학년)

중앙사랑 32 김나은(유아교육과 3학년)

중앙사랑 32 이석하(경영학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