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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의사, 의학부 81학번 김부섭 동문을 만나다

관리자 2023-05-20 조회 1417

PART 0.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중앙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마치고, 현재는 중앙대학교 협력병원인 현대병원 원장을 맡고 있는 중앙인 김부섭입니다.


 


PART 1. 중앙대학교 의학부 김부섭, 현재의 자리에 있기까지


Q1. 중앙대학교 의학부에 입학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에 입학할 당시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고 국가적으로 시국도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안정적인 직장’을 택하는 경향이 사회 전반에 팽배했는데요. 저도 그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의학부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인간에 대한 탐구’에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람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육체적인 것이 정신적인 부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등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심 속에서 의학에 관한 공부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2. 대학교 재학 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뚜렷한 가치관과 목표가 명확한 학생이셨을까요?


대학에 입학한 후 의과대학 산악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산악반에서의 경험이 제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의 매일 산에 갔습니다. 주말도 예외 없었습니다. 일요일에 산에 가서 암벽을 등반하고, 월요일 새벽에 바로 학교로 등교한 적도 있습니다. 1년 내내 이러한 생활을 했었는데요. 당연히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산에서 공부했습니다. 암벽등반 후 한가할 때 혹은 휴식할 때 짬을 내어 공부하다 보니, 시간을 아껴 쓰고 쪼개 쓰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어요. 또한, 20kg, 30kg 배낭을 메고 암벽을 등반하기도 했습니다. 제 한계에 도전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도전 의식이 생기고,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름 욕망과 포부가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산악반에서의 경험이 대학 생활 동안 제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3. 학교에 다니며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 또는 활동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훌륭하고 좋으신 은사님들께 강의를 많이 받았습니다. 해부학, 미생물학 등 모든 과목이 다 인상 깊었는데, 해부학의 경우 당시 교수님 연세가 정말 많으셨습니다. 그럼에도 정말 열정적이셨는데요. 3시간짜리 수업을 연속 강의로 진행하시는 것은 물론이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시기 위해 노력하셨던 기억이 제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외에도 저에게 배움을 주신 은사님들이 많았습니다. 병원 실습하면서 있었던 일인데, 한 교수님께서는 항상 구두를 꺾어 신고, 수술복을 입고 환자의 곁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큰 영감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저는 감사하게도 훌륭하신 교수님들께 많은 걸 배웠고, 교수님들을 보며 ‘의사’로서의 제 역할에 대한 고민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Q4. 학교에 다니시면서 어떤 미래를 꿈꾸셨나요?


학교에 다니면서 ‘어떤 분야의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대학 시절 성형외과, 산부인과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5학년 때는 산부인과 레지던트분들이 보는 서적들을 찾아 매일 정독하기도 했습니다. 학생 때 산부인과 교과서를 다 읽을 정도였습니다. 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제 적성에 가장 부합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현재 제가 제 일에 진심과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5. 지금 많은 것들을 이루시고, 높은 위치에 오르셨는데 지금의 모습이 대학 시절부터 꿈꿔온 모습이었을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이 오기까지 3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제 앞에 있었습니다. 어떤 전공을 선택했을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학교에 남아서 교수를 했을 것인가, 외국에 나가 학자로 남았을 것인가 등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저는 제 모습에 만족하는 편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족들을 잘 보살필 수 있었고, 제 신념을 펼칠 수 있었으며,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봉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Q6. 학/석/박사 과정을 모두 중앙대학교에서 거치셨는데, 타 대학보다 ‘중앙대학교’ 의학부만이 갖는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중앙대학교는 ‘젠틀한’ 대학교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선비’처럼 끊임없이 학문적 수양을 위해 노력하시던 교수님, 올곧았던 교수님들이 기억 속에 가득합니다. 또한, 당시에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졸업하고 타 대학 수련생들과 함께 공부할 때면 ‘내가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알고 있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학교에 다니면서 훌륭하신 교수님들께 ‘어떠한 학문을 닦을 수 있는’ 기틀을 확실히 배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신사 같은 분위기’가 중앙대학교 의학부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Q7. 중앙대학교를 위해 많은 기부를 해주고 계시는데 그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 역시 대학 시절 많은 장학금을 받았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배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늘 ‘최소한 내가 받은 걸 갚을 수 있는 사람, 그 이상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학교에 다녔습니다. 현재 ‘나눔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PART 2. ‘봉사활동 중독자’ 김부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Q1. 김부섭 동문님께서 지향하는 참된 의사란 어떤 사람인가요?


‘의사’라면 단순히 의학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 병을 고쳐주는 사람보다는 환자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 환자가 아플 때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환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며, ‘환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사람을 위해 노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저의 경우 ‘의사가 환자 옆에 있으면 그 환자는 절대 죽지 않는다’라는 생각으로 일을 했었습니다. 환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끝까지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제 사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술은 치료 과정의 극히 일부인데요, 아픔의 호소를 듣는 것도 치료의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환자를 책임지고 보살필 수 있는 의사, 환자를 둘러싼 포괄적인 환경을 이해하고, 환자의 상황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함으로써 도움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의사가 참된 의사라 생각합니다.

 

Q2. 현재 남양주 현대병원 원장으로 계시는데, 사회의 리더로서 가져야 할 가치관이나 마음가짐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저 역시 항상 생각하고 고민하는 점인데요. 우리가 세상이랑 어떻게 교류하면서 살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은 세상을 살아갈 때 관계 설정이 필요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부터 시작해 대학 입학 후 사회와 맺는 관계 그리고 다시 부모에 대한 존재를 재정립하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결혼하고 나서 배우자와의 관계, 배우자는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등에 대해 고려해야 해요. 이렇듯 사회와 내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사회와 어떻게 어떤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리더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에서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내가 바라보는 사회는 무엇일까?’ 등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 전문가로서 사회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삶을 더 풍요롭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어요. 사회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 능력이 사회의 리더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Q3. 꾸준히 지역사회와 세계에 나눔을 실천하고 계시는데 의료봉사, 의료연수 등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졸업생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생들끼리 만든 봉사 모임이 있는데요. 그곳에서 선한 일을 하며 봉사의 뜻을 키워갔습니다. 고등학교 봉사 모임 외에 개인적으로 봉사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독거노인분들, 종교시설 수용 인원들을 보며 세상에는 저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제가 도움을 끼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진료를 빼고 봉사를 다닐 정도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큰 보람과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Q4. 코로나19 여파로 해외봉사활동이 막히자 2020년 말 코로나 전담병원을 자처하여 지역사회에 의료의 기회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쉬운 결정이 아니셨을 텐데 추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저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의료인의 역할이자 사명이잖아요. 많은 중증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환자들을 수용할 환경을 갖출 것을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음압 시설을 도입하였고, 환자를 격리하고, 동선을 분리하고, 식사를 따로 제공하고 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에 체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봤을 때 어렵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치료받고 회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많은 코로나 환자를 수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준 의료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Q5. 2009년부터 200여 회 몽골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이어 오셨는데, 해외 봉사활동에서 주로 하시는 일과 해외 봉사활동에서 보람을 느꼈던 경험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해외 봉사활동에서 저의 주된 일은 수술입니다. 현지에서 치료가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 치료하기도 하고, 치료 의뢰를 받은 후 치료법을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며, 수술법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물론 함께 일할 때도 있습니다. 저에게 봉사활동은 매 순간이 보람의 연속입니다. 몇 시간의 수술로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거든요. 저의 수술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뿌듯함과 보람을 느낍니다. 몽골에도 한국의 ‘어버이날’과 같은 기념일이 있는데요. 한때는 그날을 맞아서 한 건장한 청년이 부모님과 함께 저를 찾아왔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예전에 수술을 해줬던 아이였습니다. 가슴이 참 뭉클했습니다. 외에도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아이를 열 차례 정도 수술을 진행하여 본인의 다리로 살아갈 수 있게끔 한 적도 있습니다. 한 친구는 17살이었는데 무릎이 접히지 않아 평생을 누워서 살았습니다. 그 친구를 수술해 앉을 수 있게 해주었고,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그 친구로선 똑바로 된 세상을 처음 본 것이죠. 한 번 앉을 수 있게 된 이후로는 계속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참 보람을 느낀 기억이 있습니다. 똑바로 선 세상을 너무 보고 싶어 하니까 저도 좋아서 그 친구를 휠체어에 태워 병원 주위를 한 시간 동안 돌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Q6. 중앙대학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고, 어떠한 일이든 열심히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항상 겸손의 자세로 무엇이든 배우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0대에 쌓는 학문적 소양에는 끝이 없거든요.



취재 / 글/ 사진

중앙사랑 31기 김다래(연극학과 2학년)

중앙사랑 31기 서정호(사회복지학부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