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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무대로 세상을 조명하는 사진기자, 사진학과 93 김경훈 동문을 만나다

관리자 2023-01-06 조회 10526


 

PART 0.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진에 이야기를 담아 전달하는 93학번 사진학과 김경훈입니다.


 

PART 1 .사진학과 김경훈

Q1. 사진학과에 입학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중학생 때 놀러 갔었던 사촌 형의 집에서 처음 본 카메라가 굉장히 멋있게 보였어요. 그 당시 어린아이의 눈에는 사진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것 자체가 참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이었죠. 그때를 계기로 고등학교에서 사진반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로버트 카파의 작품과 그의 인생을 알게 되었어요. 저 또한 로버트 카파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진학과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Q2. 대학교 재학 시절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수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3학년 때 배운 보도사진 실기 수업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당시 교수님이 굉장히 의욕적인 분이셔서 수업이 오후 1시에 시작하면 밤 9시, 10시까지도 가르쳐주시는 분이셨어요.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사진을 기계로 편하게 볼 수 있는 때가 아니라서 수업에 필요한 사진들을 다 인쇄해오시기도 하셨답니다. 교수님께서 열정과 더불어 보도사진 실기에 대해 정말 제대로 가르쳐 주셨기에 제가 한국의 신문사를 비롯해 로이터 통신에 가서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Q3. 기자님은 대학 재학 당시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평범하고 또 성실한 학생이었어요. 제가 1학년 때부터 사진기자가 될 거라고 했었는데 주변에서도 잘할 거라는 말을 많이 해주기도 했죠. 특별히 모험적인 성격이라기보다는 룰도 잘 지키면서 어느 정도 유연성도 있는 정말 말 그대로 평범한 학생이었답니다. 학교 다니면서 장학금을 받아보기도 했고 CC도 해보는 등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Q4. 재학 시절부터 사진 기자가 꿈이셨다고 했는데 그 당시 꿈을 위해 노력했거나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1학년 때 영화 동아리에서 문예창작과 학생들과 8mm로 영화를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물론 사진 기자가 되고 싶지만, 영화도 좋아해서 사진보다 영상 쪽이 나에게 더 맞지는 않을까 갈등하던 때가 있었어요. 제가 영화 동아리에서 만든 영화 덕분에 방송국 인턴쉽을 할 수 있었는데 근무를 해보면서 사진 기자가 되는 것이 제가 보다 능동적이고 주관적으로 제 일을 할 수 있는 길인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학교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들을 따라가려고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아직까지 기억에 많이 남아요..

 

Q5. 학창 시절돌아간다면 다시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

 

제가 사진과를 다닐 당시에는 타과생들과의 접촉이 굉장히 드물었어요. 그리고 제가 특별히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대외활동 같은 것을 취업 준비, 토익 공부 등의 이유로 하지 못해서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아쉬운 것 같아요. 저와 다른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다시 돌아가면 적극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요.

 

Q6. 사진 기자가 되려고 준비하시면서 어려웠던 순간도 있으셨나요?

 

사진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언론사의 기자이기 때문에 필기시험을 먼저 통과해야 해요. 외국처럼 포트폴리오만 보고 뽑는 게 아니다 보니 3, 4학년 때는 필기시험 공부와 병행해야 했던 것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제가 3학년 때 IMF가 터져서 취업이 정말 어려웠어요. 기존에 있던 기자들도 정리해고를 하는 마당에 새로운 기자를 뽑는 일은 정말 드물었죠. 그래서 외국 필름 회사의 한국지사에서 기획 홍보실 일을 하게 됐었는데 이때 사무실에 앉아있는 게 적성에 정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은 것 같아요. 필름 회사를 다니다가 일간 스포츠에서 기자를 뽑는다는 공고가 나서 시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그냥 사표를 냈답니다. 앞서 말했던 방송국 인턴쉽도 마찬가지로 경험해본 덕분에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기에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후회되지는 않아요. 지금 대학생분들도 내게 더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갈등이 될 때는 그냥 해보고 안 맞으면 제외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많은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PART 2. 로이터 통신 사진 기자 김경훈

Q1. 사진에도 여러 분야가 존재합니다. 특별히 사진기자가 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했듯이 로버트 카파를 보며 사진에 대한 꿈을 키웠던 것도 사진 기자가 된 이유 중 하나이고 사진을 전공하면서 사진 기자에 대한 매력을 더욱 느끼고 확신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사진을 볼 수 있는 게 도서관이어서 도서관에 자주 갔는데 거기서 인생 책 2권을 접했어요. 첫 번째는 아마추어 사진가이신 고 전몽각 선생님께서 딸의 일대기를 담은 <윤미네 집> 입니다. 고 전몽각 선생님은 아마추어이지만 그 당시 한국에는 없었던 미국의 사진 문화를 수입해서 한국 사진사에 큰 족적을 남기신 분이에요. 이 분 덕분에 사진 다큐멘터리가 무엇인지 또 그것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답니다. 두 번째는 김녕만 선배님의 <유머가 있는 풍경>이라는 책이에요. 이 책은 선배님이 동아일보 사진 기자 일을 할 당시 현장에서 재밌는 사진만 모아둔 책인데 덕분에 ‘내가 한국 사진회사에 들어가도 악수나 데모가 아닌, 즉 틀에 박힌 일이 아닌 이런 재미난 일을 할 수 있구나’를 느끼고 사진 기자가 되는 것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Q2. 로이터 통신에 근무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로이터 통신에 들어가기 까지의 경력이나 과정도 궁금합니다.

 

로이터 통신은 흔히 말하는 공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특채로 채용이 이루어지고 대부분 경력직을 뽑습니다. 필요한 소수 인원만 뽑기 때문에 티오가 굉장히 적은 편이죠.

제가 일간 스포츠에서 근무했던 2002년 월드컵 당시에 로이터 통신에 자리가 났습니다. 영어가 가능하고 젊은 기자를 원했는데 제가 이전에 토익 시험도 준비했던 것들도 있고 해서 제게 연락이 왔었어요. 저도 제가 준비했던 포트폴리오 등을 적극적으로 보여드렸고 운좋게도 제가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3. 로이터 통신에서 정확히 어떤 업무들을 주로 맡고 계신가요?

 

제 직책을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수석 사진 기자 (시니어 포토그래퍼)라고 합니다. 저희는 그날그날의 뉴스를 보고 취재할 만한 뉴스를 선정하고 취재해서 전 세계로 보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기획 기사의 아이템을 찾아서 기획안을 올린 뒤 제가 팀 리더 역할을 하면서 취재 기자와 영상 기자와 함께할 때도 있지만 제가 혼자 리포팅을 해서 원맨 저널리즘을 하기도 한답니다. 절반 정도는 제가 직접 스토리텔링이 되는 심도 깊은 아이템을 찾아서 기획 취재를 하고 절반 정도는 기존 데일리 취재를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4. 사진 기자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같아요. 취재를 하면서 정말 많은 삶과 인생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일이 어떤 한 가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고, 외국에 나갈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죠. 하지만 이런 것들이 사람에 따라 너무 바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더불어, 제가 로이터 통신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도 사진 기자의 경우는 서로의 언어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아도 사진으로 취재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직업보다는 언어 장벽이 적은 것 같아요. 이런 부분도 사진 기자만의 특별한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Q5. 사진기자를 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또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는지 궁금합니다.

 

날씨가 궂을 때 취재를 위해 며칠을 밖에서 기다리는 등의 고생을 하기도 하는데 지나고 나면 그런 것이 별로 힘들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예전 베이징 올림픽 때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제가 높은 곳을 굉장히 무서워해서 정말 두려웠던 것 같아요. 근데 카메라의 프레임을 보면 아드레날린이 나와서 두려워도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몸이 고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결과물이 만족스러워서 금방 회복이 되고 크게 힘든 기억으로 남지는 않는 것 같네요. 다만, 사진은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이 사진기자를 하며 가장 어렵게 느꼈던 사실 같습니다. 한 번 보도가 된 사진은 수정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글은 틀린 부분을 고칠 수도 있을 텐데 사진은 그럴 수가 없어요. 만약 제가 잘못 보도를 해서 수정한다고 해도 이미 제 사진이 세계로 퍼진 뒤이기에 수습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런 실수가 발생한다면 만천하에 실수가 공개되는 것이고 그것을 고치는 것도 매우 창피한 일 이겠죠. 어쩔 수 없이 사진 기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지만 최대한 그런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Q6. 퓰리처상을 수상작을 찍었던 최루탄이 날리는 멕시코 국경 지대를 비롯해 수많은 취재 현장에서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취재 현장에서 다른 동료가 총에 맞거나 수류탄이 터지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원칙적으로 저희는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안전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취재를 가는 것이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를 대비하기 위해 위험한 상황에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지 등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안전 훈련을 주기적으로 받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를 하는 것보다 자신의 안전을 챙기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Q7. 퓰리처상 수상작 같은 경우 후보정을 하셨는지, 혹시 후보정을 하신다면 어떤 중점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보도사진은 크롭과 밝기만 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로이터 통신은 신뢰를 중요시 생각하기 때문에 포토샵에도 엄격한 룰을 적용해요. 왜곡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 수상작은 같은 경우는 거의 원본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Q8. 취재하고자 하는 대상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취재 대상을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사람을 만나기 전에 또는 어떠한 사건 사고에 대해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많은 공부를 해야 뉴스를 사진 속에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떠한 공부도 하지 않고 그냥 취재 현장에 가서 단순히 찍기만 하면 상황에 맞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결국 오보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 공부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면서도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Q9. 사진에 '진실' 담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사진이라는 것 자체가 모호성을 갖고 있어요. 따라서 사진 한 장만으로는 모든 것을 전달할 수 없을 때도 있기 때문에 캡션을 다는 등의 보완을 한답니다. 보통 취재를 하면 사진 1장만 가지고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10장 정도를 갖고 하는 것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취재하는 것에 대해 제가 일단 많은 조사를 통해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를 통해 깨달은 진실이 사진에 잘 드러났는가를 기준으로 진실성을 판단해요. 혹시 오해할만한 요소가 있는지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며 내가 아는 진실과 일치하는 사진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Q10. 본인의 사진을 담는 경우는 드물 것 같은데 혹시 자신의 모습사진으로 남기고 싶으셨던 장면은 없으신가요? 없다면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경력이 쌓이고 상도 받고 인터뷰도 하면서 사진을 많이 남겨놓을 걸 하는 생각이 들게 되더군요. 주로 그런 순간들은 제가 기자가 아니었다면 갈 수 없는 곳을 갔을 때 즉, 흔하지 않은 곳을 갔을 때인 것 같아요. 이전에 일본 자위대 재무장에 대해 취재할 때 일본의 항공모함을 타고 인도양을 항해했었어요. 근데 마침 주변 화산섬에서 분화가 시작했고 함장님이 배를 돌려주신 덕분에 취재를 할 수 있었죠. 살면서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경험하고 그에 대해 지금과 같이 얘기를 하면 그 순간과 저를 담은 사진이 있으면 더 좋겠다고 느낀답니다.

 

Q11. 앞으로 사진을 통해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싶으신가요?

 

선한 영향을 주고 싶어요. 대단한 사진은 사진작가가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시대와 사회가 원하는 때에 그 사진이 있었을 뿐이거든요. 어쩌면 사회의 열망이 터뜨린 것이 사진인 것이죠.

저의 사진은 후대에 세상을 바꿨다는 평을 듣는 대단한 사진이 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그건 결국 시대가 만들어내는 것이라서 그보다도 제 사진을 통해 사람들이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자로서 어떤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결국 개개인들의 결론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12. 사진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미래에는 아마 사진기자라는 말을 쓰지 않을 것 같아요. 이미 저도 사진만으로 뉴스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뉴스를 전달하는 것 자체에는 변화가 없으나 도구는 다양하게 바뀔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꼭 사진 기자가 아니라 비주얼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으라고 하고 싶어요. 더불어, 우리 모두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언론사보다 더 빠른 전달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어요. 그래서 이전에는 속보성이 언론계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공신력 있는 기자가 보도하는 정도를 기다린다는 것에 주목하고 신뢰성이 중요하다는 부분을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속보성이나 사진 자체를 잘 찍는 능력보다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찾을 수 있고 그것들을 세상에 다채롭게 전달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러가 되는 것이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취재 / 글 / 사진

중앙사랑 30기 박지수(국어국문학과 3학년)

중앙사랑 30기 문태혁(도시계획부동산학과 2학년)

중앙사랑 30기 윤도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2학년)

중앙사랑 30기 현소정(공연영상창작학부 사진 2학년)